주일 예배를 마치고 시계를 보면 예정보다 십 분쯤 지나 있는 날이 있습니다. 원고를 쓸 때는 분명 삼십 분 분량이라 여겼는데 강단에 서면 늘 조금씩 길어집니다. 다음 주에는 줄여야겠다고 마음먹지만, 막상 원고를 다시 펼치면 어디를 덜어 내야 할지 알 수 없습니다. 눈으로 훑는 원고와 입으로 읽는 원고는 전혀 다른 시간을 쓰기 때문입니다.
미리 한 번 소리 내어 읽어 보면 될 일입니다. 그런데 그러자면 원고를 어딘가에 띄워 놓고, 휴대폰 타이머를 따로 켜고, 읽다 말고 화면을 내리려 손을 뻗어야 했습니다. 리허설을 가로막는 것은 언제나 리허설 준비였습니다. 발표자 모드와 그 안의 리허설 타이머는 그 번거로움을 없애려고 만들었습니다.
원고를 띄운 그 화면 안에서
워크스페이스 위쪽 발표자 모드 버튼을 누르면 편집 화면이 사라지고 설교 본문만 화면을 가득 채웁니다. 도구 모음도, 섹션 목록도, 저장 표시도 남지 않습니다. 읽는 동안 눈에 들어와야 할 것은 말씀뿐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올라오는 것은 완성된 설교 본문뿐입니다. 본문 연구 노트와 예화 모음, 사실성 검증 메모, 첨부해 둔 참고 자료처럼 준비하는 동안 곁에 두었던 것들은 자동으로 빠집니다. 한 문서에 설교가 여러 편 들어 있다면 위쪽에서 전체를 이어서 읽을지, 한 편만 골라 읽을지 정할 수 있습니다. 나올 때는 ESC 한 번이면 됩니다.

목표를 걸어 두고, 소리 내어 읽어 보십시오
화면 위쪽에 타이머가 있습니다. 누르면 초록 점이 깜빡이며 시간이 흐르고, 한 번 더 누르면 멈춥니다. 옆의 되돌리기 표시를 누르면 처음부터 다시 잽니다.
그 옆에서 목표 시간을 고릅니다. 5분, 10분, 20분, 30분, 40분, 그리고 목표 없음. 정해 둔 시간을 넘어서는 순간 타이머 전체가 빨갛게 변합니다. 이 기능이 하는 일은 사실상 그것이 전부이고, 그거면 충분합니다. 읽는 동안 숫자를 들여다볼 겨를은 없지만, 초록이 빨강으로 바뀌는 것은 원고를 보면서도 곁눈으로 잡히기 때문입니다. 서론이 채 끝나기도 전에 빨개졌다면, 그 서론은 긴 것입니다.

시간은 컴퓨터의 시계를 그대로 읽습니다. 읽다가 다른 창을 잠깐 띄웠거나 화면이 꺼져 있었더라도, 흐른 시간은 흐른 대로 셈합니다.
읽는 속도를 손으로 붙들지 않게
자동 스크롤이 함께 있습니다. 재생을 누르면 본문이 스스로 내려가고, 속도는 1에서 10까지 조절합니다. 가장 느린 쪽은 알아채기 어려울 만큼 천천히, 가장 빠른 쪽은 훑어보기에 알맞게 움직입니다. 읽다가 손으로 화면을 직접 내리면 그 자리에서 다시 이어 흐르고, 본문 끝에 닿으면 저절로 멈춥니다.
이 기능은 타이머와 짝을 이룰 때 쓸모가 분명해집니다. 속도를 몇에 두었을 때 삼십 분 안에 들어오는지 한 번 찾아 두면, 그다음부터는 그 눈금이 내 낭독 속도의 기준이 됩니다. 고른 속도와 본문 폭은 다음에 열 때도 그대로 기억됩니다.
눈에 맞춰 읽기
글자 크기는 100%에서 300%까지 조절되고 기본은 145%입니다. 본문이 놓이는 폭도 좁게 넓게 바꿀 수 있습니다. 강단 위 모니터가 멀찍이 있다면 크게, 책상 앞이라면 조금 작게 두시면 됩니다. 밝은 화면과 어두운 화면을 오갈 수 있고, 본문에 칠해 둔 형광색 위의 글자도 어두운 화면에서 그대로 읽힙니다. 원고를 아이패드로 보시는 분은 뷰어에서도 같은 화면을 그대로 쓰십니다.
예상 시간을 넣었다가, 걷어냈습니다
처음 만들 때는 타이머 옆에 예상 낭독 시간을 함께 두었습니다. 글자 수를 분당 낭독량으로 나누면 읽어 보기 전에도 대략의 길이를 알려 줄 수 있으니까요. 계산은 정확했고 검증도 통과했습니다.
그런데 실제 앱에서 열어 보니 "예상 220분"이 떠 있었습니다. 한 본문으로 열세 관점의 설교를 한꺼번에 만들어 둔 문서였고, 열세 편을 모두 더한 시간이었던 것입니다. 편마다 붙는 예상 시간도 목록을 어지럽혔습니다. 계산이 맞아도 실제로 쓰는 자리에서 의미가 없으면 그것은 기능이 아니라고 판단해, 하루 만에 전부 걷어냈습니다. 남긴 것은 실제로 읽어 본 시간 하나입니다.
그래서 여기 없는 것도 말씀드립니다. 남은 시간을 거꾸로 세지 않고, 시간이 되었다고 소리로 알리지 않으며, 대지마다 몇 분이 걸렸는지 따로 기록해 주지도 않습니다. 목표 시간은 앱 전체에 하나로 기억될 뿐 설교마다 따로 저장되지 않습니다. 리허설에 정말 필요한 최소한만 두었습니다.
다음 주일 강단에 서기 전에
설교가 길어지는 것은 대개 준비가 모자라서가 아니라 얼마나 긴지 몰라서입니다. 원고는 눈으로 읽으면 언제나 짧게 느껴집니다.
토요일 밤, 다 쓴 원고를 발표자 모드로 열고 목표 시간을 걸어 둔 채 한 번 소리 내어 읽어 보십시오. 어디쯤에서 빨개지는지 보시면, 무엇을 덜어 내야 할지도 함께 보일 것입니다.